닭꼬치의 비밀. by 제닉스

난, 육식 동물이다. 주로 소, 닭, 돼지를 즐겨 먹고.. 그중에서도 닭고기를 거의 달고 살다 싶이 한다. 동네 치킨집 아주머니는 내가 전화를 하면 어 반반 맞지? 하고는 주소와 메뉴를 댈 겨를도 없이 확인만 하시고는 바로 달려 오시고, 집에 쌓여있는 치킨집 쿠폰도 어마어마 하다.

그런 내가 즐겨먹는 노점상 메뉴도 역시나 닭고기.. 즉 닭꼬치 인데 이놈이 가격도 저렴한 것이 최고의 맛을 제공하며 거의 중독 증세에 이르게 만드는 놈인데 어느날 문득 Hunk형이 의문을 제기했다.

"왜이렇게 싸지? 필요없는 부위를 갈아 만든 것도 아니고 생 살인데 너무 싸지 않아?"

두둥.. 그렇다. 그동안 너무도 저렴한 가격과 환상적인 맛에 젖어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이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오고갔고 그동안 내 뱃속으로 들어간 닭꼬치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던진 물음은.. 그 언젠가 '안녕 프란체스카' 의 포장마차 에피소드에 나왔던것 처럼..

"너희가 진정 닭이냐?"

라는 물음이었다. 그렇다. 프란체스카에서 얘기처럼.. 얘네가 정말 비둘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설마.. 그렇게 해서 팔겠어? 그렇게 장사를 한다면 우리나라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테야. 라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닭꼬치를 찾았다. 근데 먹다가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종전의 쓰레기 만두 파동을 생각해 보라. 그런 대기업이 쓰레기같은 단무지를 갖고 제품을 만드는데 정부가 한게 뭔가. 하다못해 그런 대기업도 관리가 그렇게 허술한데 이런 불법 노점상에서 비둘기 고기를 판다고 해서 정부 그 어느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테클을 건단 말인가.
그래서, 일단 명색이 중년탐정 아닌가. 몇가지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먼저 사전 정보 조사.
사전 정보들을 취합해 보기로 마음 먹고, 일단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 무엇이든 알려준다는 네이버 검색창에 '닭꼬치는 왜이렇게 싼가요?' 를 입력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이라곤 '용산닷컴은 왜이렇게 싼가요?' 등의 쌩뚱맞은 질문들뿐,
닭꼬치 가격에 관한 해답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네이버 지식인들도 모르는게 있다니.. 허.. 참.

여튼 그래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닭꼬치 집으로 가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닭꼬치 하나를 물고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하면서 슬금슬금 닭꼬치 리어카 뒤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거기에 예상했던 대로 생 닭꼬치 박스가 놓여져 있었다. 근데 불행히도 원 재료는 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박스 어딘가엔 표시 되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용기를 내어 이 박스를 뒤집어서 그곳에 써있는 "비둘기 고기 100%" 뭐 이런글씨를 찾아내기만 한다면 더이상 피할수 없는 증거가 되리라 믿었다.
나는 용기를 냈고 "총각 뭐해요?" 라는 아주머니의 물음을 뒤로한채 힘차게 박스를 뒤집었다.
하지만 뒷면은 더 충격적이었다.

"원재료 - 닭고기 100%"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렇다. 내가 순진하고 바보스러웠던 것이다. 어느 멍청한 놈이 거기다가 "비둘기고기 100%" 이렇게 적어 놓는단 말인가. 분명 비둘기나 꿩 이라고 해도 이름이 닭꼬치인 만큼 닭고기라고 적어 놓는 것이 당연하거늘.
그래서 내가 어릴적 부터 갖가지 요식업을 두루 섭렵해온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요즘 닭한마리 공급가가 얼마야?"
"토종닭 (백숙등에 사용되는..)은 5,000원대 정도 하고 중닭(치킨용)은 3000원대, 어린닭(길거리 훈제나 삼계탕용)은 1000원대 후반정도"


헉.. 럴수럴수 이럴수.. 단가가 안나오질 않나.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이 살이 얼마나 된다고 그거 다 발라봐야 닭꼬치 두개도 안나오게 생겼는데 그런놈이 원가가 1000원대 후반이란다.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여기서 유추해 냈다. 역시나 그동안 내가 먹은건 비둘기 고기 였단 말인가. 그뒤로 닭꼬치를 멀리하고 길거리에 비둘기를 보면 왠지 속이 매스꺼워 오는듯한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살기를 언 한달.

해답은 우연히도 생각치 못한 곳에 있었다. 그제 동생인 Mr.Butter 군과 식사를 하러 갔는데 삼겹살 집이었는데 생삼겹살이 1인분에 2,500원 밖에 안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놀라워 하고 있던중 내입에서 닭꼬치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버터군의 입에서 그때 마침 나온 말은 나에게 세상의 빛이 되기에 충분했다.

"우리 게임장 오는 손님중에 부평 불닭집 사장님이 계신데 거기 들어오는 불닭이 원가가 한박스에 8,000원 밖에 안하는 필리핀산 닭이래"

그렇다. 우리가 그동안 먹고있던 닭꼬치는 이런 국내산이 아닌 물건너온 저렴한 닭들일 확률이 무지하게 커진 것이다. 비둘기 고기일 확률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만 이런 공급 루트가 있는 이상 우리가 먹고있는 닭꼬치는 필리핀산 닭일 확률이 크다.

이제.. 몇일간 눈물을 삼키며 뒤로하던 닭꼬치 노점을 다시 방문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선다.
이번 얘기에서 얻는 교훈 한가지..
근거없는 의심은 의심 하는자와 의심 받는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다 라는 사실이다.
그간 닭꼬치 못판 노점상 아주머니나 못먹은 나나 상처 받은건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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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enix님의 글 - [2007년 8월 23일, 목요일] 2007-08-23 11:23:41 #

    ... 엊그제 집 근처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세근에 만원에 팔아서 놀랬는데, 다 수입산 이었구나. 원재료 산지 인증 표시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믿고 먹을 수 있지 않겠어. 오전 11시 23분 사실 수입이냐 국산이냐는 별로 안중요한데 15 ... more

덧글

  • 푸른마음 2005/05/13 18:45 # 답글

    우리가 흔히 국산으로 생각하는 것들 중에는 수입산이 상당히 많습니다.
  • 유겸애비 2005/05/13 19:00 # 삭제 답글

    싼 닭들이 사실은 황소개구리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아닌가요?
  • 제닉스 2005/05/13 19:05 # 답글

    [푸른마음] 그러게 말입니다.ㅋㅋ
    [유겸애비] 헉 !! 황소개구리!@#!@#$!@#$ 또다시 혼란.._-_
  • Alcoholic 2005/05/13 19:43 # 답글

    중년탐정 김정일;과는 어떤 사이십니까(...죄송)
  • 夢幻之客 2005/05/13 19:57 # 답글

    제가 듣기에 정말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었는데..
    비둘기고기, 까마귀고기, 개구리등등
    심지어 인육(?)까지...-_-;; 어느게 사실인지..
    '스컬리~ 진실은 저 너머에'
  • 오리대마왕 2005/05/13 20:44 # 답글

    저도 대충 동남아 닭이라고 줏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안심할 게 못되는것이, 저 동남아닭들의 유통관리가 아주 불결하다고 들었어요. 길거리 음식은 에지간하면 자제를 하시는 편이 ^^;
  • 로리 2005/05/13 20:58 # 답글

    태국 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조류독감 탓으로 세계적으로 닭값이 폭락한 원인인도 있고...^^;;
  • Renard 2005/05/13 21:26 # 삭제 답글

    맥X날드의 모든 닭메뉴들은 태국산입니다. -_-
    더이상 계란을 낳을 수 없는 폐계의 경우 덩치는 있지만 가격은 몇백원도 안한다는데 그런 닭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보다 더싸다는 동남아 닭이겠죠.
    (도대체 그쪽 닭은 마리당 얼마길래.. on_)
  • ◐두둥◑ 2005/05/13 21:28 # 답글

    저도 가끔..너무 싼게 아닌가 생각 했어요..
    음..외국에서 들여올 꺼란 생각을 왜 못했는지...

    음..그리고..
    유겸애비 님의 말은 아니길 바래욧!
  • 지나가다ㅡ.ㅡ;; 2005/05/13 23:19 # 삭제 답글

    저희 오빠가 예전에 닭 유통하는 곳에서 두달 아르바이트를 했는데..90%이상이 동남아산 닭이라고합니다. 헌데 유통과정이 참.으.로 지저분하다고 하더군요. 쓰레기만두파동은 그에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ㅡ,.ㅡ 암튼 알바그만두고 그렇게 비위좋던 사람이 일년여간 닭고기 안먹더군요. 재래시장에서 잡아온 닭고기 말고는...
  • litconan 2005/05/13 23:20 # 답글

    불닭집 이름은 슬쩍 가리시지 ^^
  • Guts 2005/05/14 01:23 # 답글

    나중에 두일씨~처럼 꼬지 들고 비둘기들과 한강변을 달려야겠군요. =ㅁ=;;;
  • 광대물고기 2005/05/14 01:26 # 답글

    헉 닭도 수입? 정말인가요??
  • Hunk 2005/05/14 04:54 # 답글

    새벽4시50분.. 상당히 출출하군-_-;;
  • 지나가다가 2005/05/14 14:47 # 삭제 답글

    주위에 있는 음식중에 유난희 싼 음식들은 대부분 수입산재료를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1000원짜리 김밥의 밥도 아주 저렴한 수입산이고, 2500원밖에 안하는 삼겹살도 수입산입니다 얼린 고기죠.
  • 맛나 2005/05/14 19:33 # 삭제 답글

    흠흠.. 역시 중년 탐정. 놀라워요+_+..(응?
  • CN 2005/05/15 05:51 # 삭제 답글

    만두파동은 대부분의 무혐의로 알려졌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영상도 조작된 것이고 검찰도 증거가 없었다고 하죠. 하지만 상당 수 업체가 망하거나 사장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삼양사태가 삼양이 결국 승소했지만 사람들은 삼양라면이 잘못했다고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 않나 싶습니다.
  • 김윤아라면 2005/05/16 08:28 # 삭제 답글

    우리 음식에 당신들에 대한 고려는 애초부터 없었다. 좋으면 먹고 싫으면 먹지 말라...고 했을 듯. (-_-;;)
  • iubar 2005/05/16 13:44 # 답글

    비둘기가 더 단가가 높다는 주장도있더군요. 비사답니다. 더맛있구요
  • 한날 2005/05/16 17:07 # 삭제 답글

    비둘기가 더 비싸죠. ^^ 핫핫.
  • 너랑나랑 2005/05/17 14:30 # 삭제 답글

    비둘기나 황소개구리라면 진정한 웰빙일듯 싶은데요.
  • TimeSpace 2005/06/24 11:09 # 답글

    음 그렇것이었군..ㅎㅎ
  • 제닉스 2006/02/02 10:47 # 답글

    이분들..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신다.. 덜덜덜
  • happygirl 2006/02/02 21:50 # 답글

    너랑나랑//진정한 웰빙에 한표...
  • 水雲間 2006/02/12 07:00 # 삭제 답글

    뒤늦게 와서 댓글 하나 쓰는 것이지만... 저희집이 양계장을 하기에 조금 압니다. 시중에 조리되어 판매되는 것 중에서 온마리(1마리 전체)가 아니라 부분 고기라면 수입닭일 것입니다. 생산자는 얼마 못받지만 중간유통과정에서 닭값 엄청 부풀려진다고요..ㅡ.ㅡ;; 수입닭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알고 먹읍시다. 너무 값싼 닭고기는 일단 수입닭이라고 보시는게 맞답니다. --> 이상 양계장 집 자식 올림
  • 제닉스 2006/02/18 06:58 # 답글

    [happygirl] ㅇ_ㅇ;;;
    [水雲間] 와우. 전문가의 조언 이시군요 ㅋ 감사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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