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논쟁, 블로그와 미디어. by 제닉스

요즘 블로그의 미디어적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많다. 웹 2.0의 UCC붐과 맞물려 너도나도 UCC를 외치며 UCC의 진정한 모델인 블로그가 진정한 차세대 미디어가 될 거라고 떠드는 사람도 있고, 블로그는 죄다 쓰레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특성상 블로그는 절대 미디어를 대체할 수 없으며 미디어만으로 읽을거리가 부족한 텍스트 중독자들만의 전유물로 남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미래상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UCC - User Creative Contents의 약자로, 사용자가 제작한 컨텐츠를 뜻함)

얼마 전 받은 통계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블로거는 1,300만명에 이르며 그중에 열정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성의 있게) 블로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3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펌질등도 고려한 수치겠지?)
340만명. 정말 엄청난 수치 아닌가? 340만명이 매일 (컨텐츠든 아니든)뭔가를 토해내고 있다는 말이다.

현존 미디어의 체계는, 너무 기자 의존적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는 와중에, 뭔가 하나 터트리면 위로 쑥 올라오고, 또다시 그 경쟁 안에서 뭔가 하나 터트리면 쑥 올라오고. 어느 정도 높이에 올라온 기자는 쓰는 기사마다 이슈이며, 이슈 거리가 아닌데도 그 사람이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이슈가 되기도 한다.
즉, 우리가 보는 건 기사인데, 사람을 평가해서 위로 올려놓고 그 사람이 쓴 글은 전부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블로그의 글들이 쓰레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지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은 죄다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잡설 들에 불과하다는 논리이다. 어떤 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또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라고 치면,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글은 자신이 사건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글만을 추려 육하원칙에 맞춰 철저히 기사적인 포맷으로 등록을 하고, 블로그에 올릴 땐 기사대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등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내가 싸이에 글 쓸 때랑 블로그에 글 쓸때의 차이점과도 비슷하다.)

나는,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컨텐츠이고 기사이면, 육하원칙에 맞춘 딱딱한 포맷. 뭔가 있어 보이는 형식으로 글을 적어야만 하는 건가 ? 육하원칙으로 안 적으면 사람들이 그 말을 못 알아 듣나?

여기서 나는 블로그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얼마 전 있었던 학교 급식 계란탕 사건.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어느 블로그에 그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올린 자신의 학교 급식 사진 한장 이었다. 육하원칙 따위는 무시한 단순한 멘트에 사진 한 장 이었지만 그 포스트가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었고, 누구나 공감하며 큰 이슈가 됐다.

이런 거 말이다. 군더더기 없고, 표현방법은 서툴러도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확실하게 전하는 글들.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이 쓴 글은 죄다 좋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늘어놓고 좋은 컨텐츠를 뽑아야 한다 이 말이다. UCC는 맨날 떠들면서, 정작 이런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은 전혀 없고, 결국 한다는 짓이 되먹지 못한 평판 시스템으로 기성 미디어나 다를 바 없는 블로깅 분위기 조성하는 것. 서비스 제공자들이 진짜 고민해야 하는 것은, 기존 블로거들이 교육을 통해 기성 미디어를 따라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 블로그의 특성을 이해하고, 블로거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UCC 이상의 모델이 나오기 전에, UCC 트랜드는 분명 한번은 올 것이며, 유저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거기서 나오는 컨텐츠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판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분명 포스트 포털, 포스트 네이버의 왕좌를 차지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블로깅. 흘러갈 유행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힘이 될 수도 있다. 우습게 보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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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로그에 저널리즘을 강요하지 마라 2006/04/21 17:28 #

    나는 내 블로그를 이렇게 정의한다. 블로그는 창이다. 세상을 향해 나를 보여주는 窓(window)이고,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찔러주는 槍(spear)이다. 나는 내 블로그를 이렇게 쓴다. 1. 세상에 말걸기 (사회, 정..... more

덧글

  • 리에 2006/04/19 06:21 # 답글

    저번에 언급하신 아이템은 이에 관련된 건가요?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의 컨텐츠를 받아들이는 게 아닌 컨텐츠 중에 컨텐츠를 뽑아야 한다는 말씀은 크게 공감이 갑니다.
  • 제닉스 2006/04/19 06:27 # 답글

    그렇지는 않습니다. 으흣.
  • fantastic 2006/04/19 06:47 # 삭제 답글

    아..가슴이 뻥뚫리는 글 잘읽고 갑니다 (__)꾸벅
  • 떡이떡이 2006/04/19 08:09 # 삭제 답글

    육하원칙으로 안 적으면 사람들이 못알아들어서라기 보다는, (제대로 된) 기자들의 기사 형식이나 구조는 정보 배포 용이성, 기능상의 분화 등에 따라 수십년간 조금씩 개발되 온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지켜지는 것이 바람직하구요. 앞서 수많은 기자들이 다양한 형식 파괴를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효율적이다'고 판단된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형식, 내용 파괴적인 기사도 많이 나와서 서로 융합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은 기사 공간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져서 기사 형식 파괴를 가속화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는 후자의 입장에서 블로깅의 미래를 보고 있습니다. 블로거들의 기자들에게 건전한 자극을 던져주고 있다고 봅니다.

    종합해보자면, '육하원칙에 맞춘 딱딱한 포맷. 뭔가 있어 보이는 형식으로 글을 적어야만 하는 건'가라는 의견은 '그렇게 써야 할 때가 많다' '그렇게 써야 훨씬 효율적이다'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이건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더라도 실감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경찰서에서 6개월동안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생고생 하고 난 뒤의 처절한 체득이라고 할까요.^^
  • 키리카 2006/04/19 08:32 # 답글

    육하원칙부분은 실제로 그렇게 따라서 쓰는게 정말 효율적이죠. 학교나 관공서에 일하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죠.
    블로그의 미래가 밝은것은 저도 공감합니다.~ ㅋㅋ
  • 이상훈 2006/04/19 08:50 # 답글

    3번째 단락 100% 동감.
  • rabbit153 2006/04/19 09:44 # 답글

    '기자'가 육하원칙 파괴에 앞장서면 안되는거지요오..

    맥주 미지근하다고 얼음 집어넣을 기자도 있으니..
  • 엽기매냐 2006/04/19 10:04 # 삭제 답글

    아마 블로그는 충분히 세계를 바꿀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기자라는게...사실 직업상 사회에 이슈가 되는것을 파악해내고 보도하는게 일이지만요..

    이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그러나 매우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는게 세상입니다..
    (급식 사건을 봐서도 그렇죠..)

    단순히 누가 항상 육하원칙에 맞추어 형식에 맞는 글을 내놓는것 보다도, 자연스럽게 이슈를 내놓고 또 고쳐나간다는것...

    그렇게 된다면 이세상에 숨어서 나쁜짓 하는사람들 없어지는것 아닙니까?

    블로그의 미래는 지금도 밝고 앞으로도 더 밝아지는거 맞습니다!
  • 키엘 2006/04/19 10:45 # 삭제 답글

    하지만 예로 들어주신 학교 급식 사건은 육하원칙에 들어맞는 내용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육하원칙이란건 딱딱한 포맷이 아니고 사건을 전달할때 쓰는 기본 요소가 아닌가요?

    누가 : 학교 영양사가
    무엇을 : 급식을
    언제 : 오늘
    어디서 : 학교 식당에서
    왜 : 그건 모르겠고
    어떻게 : 개판이다.
  • mmc 2006/04/19 11:28 # 삭제 답글

    으아, 속 시원한 말입니다. 옳습니다. 블로거들이여 자신감을 회복하자~!!
  • 제닉스 2006/04/19 16:05 # 답글

    [fantastic] 감사합니다. : )
    [떡이떡이] 기사는 기자만 써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그런거 아닐까요.
    내용파괴 시도중 '효율적이다' 라고 판단된 적은 없다고 하셨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 정도면 엄청난 효율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키리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 )
    [이상훈] 감사합니다.^^

    [rabbit153] 역시 왜 기자만 기사를 써야하느냐 하는 질문으로 돌아 오겠네요..
    물론, 기자는 그러면 안되죠 : )
    [엽기매냐] 맞습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브라보!
    [키엘] 그건 좀 아닌거 같은데요..;;
    실제 해당 원문에 있던 내용은 '우리학교 급식 너무한다' 는 정도의 내용 이었습니다.
    그건 추리에 의해 읽는 사람이 육하원칙에 맞춰서 생각한 것 아닐까요..;;
    그렇게 보자면.. 세상에 육하원칙으로 안쓴 내용은 없는게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mmc] 네 ㅋ 회복하자! ㅋ
  • 일모리 2006/04/20 00:52 # 삭제 답글

    아직 국내에선 '개인홈피' 처럼 운영되는 닫힌 블로그들이 많아서 그럴겁니다.
    해외에서는 꽤나 많은 숫자가 오프에서 알려진 인물이 블로그로 '입문' 하는경우가 많아서 블로그를 오픈하자마자 독자들이 몰려가는 경우가 많은만큼 영향력도 대단한거라고 생각됩니다. 오프에서도 당당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 힘이 그대로 온라인에서도 전달이 되니 1인 미디어 라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거 같더군요.

    물론 국내도 점점 그 문화가 전달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더욱 많은 영향력높은 블로거들이 나온다면 그만큼 블로그가 그 값을 높일수 있겠네요.

    참고로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산출되는 소위 블로그는 많은경우 '개인홈피'처럼 운영이 되고, 설치형블로그나 blogger 의 블로그는 전문적으로 괜찮은것들이 꽤 되더군요.
  • 186mGhost 2006/04/20 05:01 # 답글

    기사는 기자만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쓰레기 기사도 기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물론 제닉스님도 저도 예외는 아니겠죠?
  • 태우 2006/04/20 13:10 # 삭제 답글

    아멘!! ㅋㅋ
  • 호두파파 2006/04/20 18:22 # 삭제 답글

    저도 블로그를 하고 있지만, 기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향력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반적인 차원에서 블로그는 결국 미디어(이 글에서 나눈 대로라면)의 소스로서나 기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 천만이 넘더라도 하나의 블로그로 따진다면, 미디어의 영향력 앞에선 무의미하다 싶은 정도겠죠. 비관적인 관점이라기보다는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블로그의 진정한 제 자리 찾기가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덧붙여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이 쓰레기라는 말은 반대로 신문, 잡지, TV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쓰레기란 말과 같다고 봅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듯^^
  • 미디어몹 2006/04/20 18:42 # 삭제 답글

    제닉스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되었습니다.
  • 연우 2006/04/21 17:35 # 삭제 답글

    제닉스님 글에 100% 동의합니다. 신문 지면의 제약 등으로 원고지 매수 혹은 글자수까지 맞춰야 하는 신문기사와 웹 상에서 제약없이 쓸 수 있는 블로그는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육하원칙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사의 육하원칙이나 소설의 기승전결이나 혹은 보고서를 쓸 때의 원칙이나 다 나름대로의 효율적인 툴은 있겠지만, 그 툴의 적용 여부가 정보의 가치를 혹은 기사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은 되지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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