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는 것에 대하여. by 제닉스

모두 아시겠지만, 저는 리뷰어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제작사에서 제품을 직접 받아서 리뷰를 진행하고, 정말 써보고 싶은 제품은 직접 구입해서 리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리뷰를 쓰게 된 계기는, Sony 의 PDA인 CLIE NR70v 모델 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PDA라는 기기의 특성상 Sony에서 우리나라 리뷰어를 컨텍해서 리뷰를 진행하는 일은 당연히 없었고, 국내에서 구입조차 힘들었던 시기였으므로 그때 NR70v 모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비싼 구매대행료를 지불하고 해외에서 주문 해서 배송받은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보통 자신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애착이 가게 마련이고, 그런 경우 제품의 단점을 단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합리화하는 성향이 생겨나죠.
그렇기 때문에 고가의 제품이고, 명품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일수록 칭찬 일색의 리뷰들만 보이게 됩니다.

제가 CLIE PEG-NR70v라는 모델을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제품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을 알아보기 위하여 여러 리뷰들을 뒤져 봤지만, 해당 리뷰들에 따르면 이 NR70v라는 모델은 '천상의 PDA', '꿈에 그리던 PDA'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스무 개가 넘는 리뷰를 봤음에도, 단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죠.


하지만, 실제로 받아본 제품은 달랐습니다. 물론, 훌륭한 제품이고 아직도 명기 소리를 듣는 제품이긴 하지만 리뷰에서 봐 왔던 '엄청나게 슬림하다' 라는 말은 제품의 넓이가 워낙 넓어 상대적으로 슬림한 것이었고, '카메라까지 내장하여 활용도가 높다' 라는 부분은, 10만 화소 카메라로 도대체 어디에다 활용을 하라는 얘기인지 난감했으며, '최고의 PIMS가 가능한 Palm에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완벽히 추가된 최고의 제품' 이라는 찬사는 아주 작은 사이즈의 동영상도 돌리기 버거운 CPU 퍼포먼스와, 단순히 '사진 보기'와 '음악 듣기'만 가능한데 어디가 멀티미디어 기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때부터, 리뷰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즉, 제가 리뷰를 쓰기 시작한 동기 자체가 제품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제품을 구입하려고 정보를 수집중인 사람에게 정말 이 제품을 구입해도 되는지에 대하여 최대한 편견 없이 제품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자고 시작 했다는 말입니다.

물론, 리뷰어가 해야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해당 제품의 홍보를 통해 제품이 많이 팔리도록 만들어야 하며,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제품에 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하고, 이미 이 제품을 구매한 후 리뷰를 보는 사람에겐 '역시 이 제품 구입하길 잘했어' 라고 하는 만족감까지 선사해야 합니다.


여기서, 업체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해당 제품의 제조업체의 대표이사 마인드나, 홍보를 담당하는 담당자 마인드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인데, 이상하게 작은 업체일수록 자신들의 제품에 관해서 '칭찬 일색의' 리뷰를 작성해 주기를 강요합니다.

물론, 자기네 제품 좋게 적어주면 괜히 뿌듯하고 기분 좋겠죠. 하지만 고객들이 바보도 아니고 뻔히 단점이 보이는데 고객들 눈 가리고 초기에 한두개 더 팔아봐야 나중에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사람 심리라는게 상당히 오묘해서 너무 칭찬 일색의 제품을 보면 오히려 반감이 생기게 마련이죠.
괜히 알바 풀어서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제품 써봤더니 너무 좋아요~' 하는식의 글 올려봐야 제품 판매나 이미지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말입니다.

힘들게 만든 제품이고,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부분은 이해를 하지만,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딱 제품의 수준까지. 즉, 제품이 어떤지 제대로 분수를 알고 자부심을 가져야지, 대부분의 유저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내부에서는 오히려 그게 이런 이런 이유로 장점이 된다고 합리화시켜버리기 시작하면 그 틀에 갇혀 다음번에도 고객이 진정 원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고객들 스스로가 장점과 단점을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고객이 직접 심리적으로 단점에 대한 합리화를 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편이 고객 눈 가리고 판 것보다 훨씬 사용 만족도가 높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최대한 제품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단점을 정확하게 기록할 것이며, 감성적인 컨셉 리뷰 보다는 '구매 직전에 체크해 볼 수 있는', '구매 고려시 다른 제품과 비교해볼 수 있는' 리뷰를 쓸 것입니다.

요즘 보면, 똑딱이로 정말 스튜디오사진 이상의 사진을 찍어서 천상의 디자인 감각으로 마치 제품 카다로그 처럼 작성된 리뷰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 속에서, 볼품없는 제 리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 가져야 할 경쟁력은 바로 '객관성' 이라고 생각하며, '좋게좋게 써주세요', '이런 내용은 좀 빼 주세요' 라는등의 리뷰 내용에 간섭이 있는 제품은 앞으로도 절대 받지 않겠습니다.

엊그제 메일 주신 분, 제품에 대한 단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리뷰는, 제작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해서 작성되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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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작은인장 2006/04/20 15:30 # 삭제 답글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저도 이전에 한번 글을 썼지만....
    삼성+제일기획 의 광고가 생각이 나네요.
    예네들 광고 보면 장단점이 마구 뒤섞여서 모두 장점으로 둔갑하잖아요. ^^;

    저도 가끔 제품구매를 위해 사용기를 보다보면.... 답답할 때가 많아요. 그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텐데 어쩌면 모두 비슷비슷한 사용기를 올리는지??
  • 아사히나 2006/04/20 15:45 # 답글

    장점은 장점. 단점은 단점. 리뷰를 작성하기를 원하는 쪽이나, 작성하는 쪽이나, 읽는 쪽이나 모두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게 중요하죠.
    종종 온라인 상에서 이게 광고인지 리뷰인지 (리뷰라고 써놓긴 했지만 실상은 광고나 다름없는..) 것들을 접하다 보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합니다.
    제닉스님 리뷰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부탁드려요.
  • 푸르미 2006/04/20 15:56 # 답글

    제닉스님 멋있습니다.!!
  • 유즈미 2006/04/20 16:25 # 답글

    받고 솔직하게 쓰시지요.. ㅎㅎㅎ
    사실.. 그런식의 과장 리뷰를 쓰게되면 다음부터는 그 리뷰어의 리뷰를 믿지 않죠.
  • 가짜집시 2006/04/20 16:39 # 답글

    호오... "주례사 리뷰" 를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군요.
  • Paromix 2006/04/20 19:38 # 답글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시기 대문에 제닉스님 리뷰에 신뢰가 더욱 생기는 것이죠.^^
  • 키리카 2006/04/20 19:41 # 답글

    제닉스님 리뷰는 참 유용하다 싶었는데 이런 마인드로 작성하시기 때문이군요
    저도 본받아야겠습니다.
  • Lohengrin 2006/04/20 19:49 # 답글

    예전과는 달리 리뷰어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요즘 리뷰의 대부분의 제품 상세 카달로그 같은 느낌이 들게 되어 버렸죠.
    게다가 전문 리뷰어들은 사용기라기보다는 실험기를 올리죠. 적어도 보름쯤은 사용해봐야 장단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며칠 깨작거리고 나서 작성하다 보니 단점이 더 적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사실 개개인이 제품에 대해 객관적인 평을 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관점이 있기 마련이니깐요. 근데 리뷰 잘 올리던 사람들은 다들 돈 받기 시작해서 다양한 리뷰를 접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아쉽습니다.
  • solette 2006/04/20 20:11 # 답글

    맞습니다. 단점에 대한 언급이 없는 리뷰는 신뢰가 가지 않더군요.
    정확하게 장단점을 언급해야 제대로 된 리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점없이 장점으로만 이루어진 리뷰는 리뷰가 아니라 광고지요.
  • 월덴지기 2006/04/21 12:50 # 삭제 답글

    옳은 말씀입니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동시에 현명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단점은 감추고 장점만 부각시키는 리뷰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그 제품과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손상시킬 것이 자명하죠.
  • 2006/04/21 13:22 # 삭제 답글

    무엇보다도 해당블로그 오고가는 분들이 리뷰에 실망한다면
    해당블로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뿐만아니라 기존글들에 대한 반감까지도
    가질수있겠지요

  • 유리 2006/04/21 15:57 # 답글

    얼래.. 이오공감에 또 떳네..'ㅇ';
  • Emen 2006/04/21 19:25 # 답글

    그렇군요...^^; 확실히 장단이 있더라도 자기가 중요시하는 장점이 있는 기기라면 골라쓸 게 분명하고, 단점인 부분은 고쳐나가야 하는 거겠죠.
  • 초바보현자 2006/04/21 20:00 # 답글

    유저가 현명해져야죠.
    흔한 말로 쑥덕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겠죠. (...응?)
  • 나르사스 2006/04/22 09:55 # 답글

    저도 제닉스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요즘 대다수의 리뷰는 장단점을 알려주기 보다는 화려하게 치장해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주는데만 치중하는 것 같습니다.
  • 준이아빠 2006/04/22 10:33 # 삭제 답글

    마인드가 너무 멋지시네요..제닉스님의 블로그에 하루도 안오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는다는..암튼 올때 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 bikbloger 2006/04/22 11:01 # 답글

    동감입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중에... "리뷰어가 해야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해당 제품의 홍보를 통해 제품이 많이 팔리도록 만들어야 하며,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제품에 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하고(중략)"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리뷰는 홍보라기 보다는 구매예정자에게 상세한 정보와 장점/단점등을 알려주는데 주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의 리뷰들을 보면... 단점과 장점의 비율의 거의 5:5 정도 되는 리뷰들이 많더군요. 우연한 기회에 현지 리뷰어들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쪽 제조사들은 다들 있는 그대로, 객과적으로 써달라고 부탁을 한다더군요. 또한 리뷰어들이 제품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쓴소리에 너무 민감한것 같습니다.
  • 마근엄 2006/04/23 10:51 # 답글

    외국에 컨수머 리포트 같은 구매가이드 잡지가 바로 그렇지요. 잡지에 일체의 광고를 싣지 않으며, 평가되는 모든 제품은 협찬받지 않고 시중에서 직접 구매하여 리뷰가 이루어집니다. 광고를 받으면 공정하지 못한 압력을 받을 수 있고 협찬을 받으면 '특별히 우수한' 제품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 공정성을 믿기 때문에 잡지를 선뜻 구입하며 광고나 협찬없이도 잡지가 팔리고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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